(뉴스인020 = 김성길 기자) 서울시가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를 선언하며, 의대 쏠림으로 흔들리는 과학・공학 인재 공급 구조를 반도체・AI・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전략 ‘3NO 1YES’를 발표했다.
학비・연구비・주거비 부담을 없애고(3NO),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는(1YES) 환경을 구축해 이공계 인재가 안정적으로 연구・학업・창업에 전념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월 25일 오후 14시 30분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에서 열린 「이제는 이공계 전성시대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핵심 비전과 정책 방향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 정운오IT교양관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기조연설과 발제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으며, 서울대·고려대 등 서울 소재 17개 대학 총·부총장, 공대 학장, 학생 및 RISE 사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는 이번 비전을 통해 이공계 인재를 위한 지원 확대와 우대 문화 조성에 나서고, 연구・주거・교육 등 전반의 여건을 꾸준히 개선해 의대 쏠림으로 인한 인력난을 완화하고, 서울을 첨단산업 인재가 모이는 중심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美・中 등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 심화…서울, 과학기술 수도로 도약 위해 선제 대응'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과학기술의 창조적 원천인 이공계 인재 확보가 국가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서울시는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력에서 우위를 선점하며 미래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R&D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AI 관련 연구자 수는 중국 41만 명, 미국 12만 명, 한국은 2만 명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발표된 'AI Index 2025'에 따르면 미국은 AI 분야 순유입 인재 지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글로벌 인재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심화와 국내 인재 유출・의대 쏠림 현상은 서울이 과학기술 수도로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책무를 더욱 분명히 했다. 시는 그간 대학・산업・연구 현장의 혁신을 추진하며 이공계 인재 기반을 구축해 왔으며, 이번 비전은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도약이다.
'그간 대학 규제혁신·인재 양성・창업 생태계에서 성과…글로벌 초격차 인재 부족이 여전히 과제'
시는 단기 처방을 넘어 대학·산업·연구 생태계를 혁신해 과학기술 인재가 성장할 기반을 구축해 왔다.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22년)을 통해 ▴자연경관지구 내 높이 제한 완화 ▴혁신성장시설 도입 시 용적률 완화 ▴학교경계부 사선(1.5D) 제한 완화 등 규제를 개선해 대학 연구·교육 공간을 대폭 확충했다.
고려대학교 ‘정운오IT교양관’은 그 첫 결실로, 첨단분야 인재육성을 위한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학과)·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의 연구・실험실 등 교육공간을 갖췄다. 기존 7층 규모를 10층으로 확장하며, 최상층 층고 5.5m를 확보해 실제 반도체 공정 실습이 가능한 최첨단 FAB실험실을 마련, 학생들이 상시 실습과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중앙대, 세종대, 성균관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 다수 대학에서 혁신성장시설 조성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도 이공계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적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내왔다. 청년취업사관학교와 캠퍼스타운 등을 통해 AI・바이오・핀테크・양자 등 첨단 분야에서 2만여 명('21~'25년)의 인재를 양성했으며, 대학과 지역이 협력하는 창업 거점을 확충해 서울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계 8위('25년)로 끌어올렸다. 올해 출범한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의 경우 산학연 협력과 첨단산업 인프라를 확충하며 지속 가능한 인재・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은 저서 『다시 성장이다』에서 창의적 인재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와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기업 생태계가 돌아가며,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채널로 발전하고 초고도 기술 인재에게는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서울시는 공간·교육·창업 등 인재 성장 기반을 다져왔지만, 현장의 체감과 기대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올해 TIME 선정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인물 100인’에서 한국인은 2명('24년 1명)에 그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서도 양자컴퓨팅 상위 1% 연구자 104명 중 한국은 단 한 명도 없어, 글로벌 초격차 인재 부족이 뚜렷하다.
국내 현장도 ▴의대 쏠림 심화 ▴불안정한 연구환경 ▴과학기술 직업의 낮은 사회적 위상 등 복합적 난제를 안고 있어, 단순한 공간 확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장기 연구가 가능한 환경과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인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서울형 이공계 인재 전략 ‘3NO 1YES’…학비·성과·주거 부담 없애고 과학인으로서의 자긍심 높인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서울시는 이공계 인재가 학비・연구비・주거비의 부담 없이 도전하고, 사회적 인정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 포럼에서 ‘3NO 1YES’ 비전을 발표했다. 이공계 인재가 안정적으로 연구・학업・창업에 전념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는 서울형 이공계 인재 양성의 핵심 전략이다.
'학비 걱정 NO' 먼저,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연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공계 미래동행 장학금’을 신설한다. 기존 석・박사 과정 중심 지원을 박사 후 과정까지 넓히고, 연 지원 금액을 석사 2천만 원・박사 4천만 원・박사 후 과정 6천만 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 압박 NO' 또한, ‘서울 라이즈 텐(RISE 10) 챌린지’ 추진을 통해 최장 10년간 안정적 연구비를 지원,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주거비 부담 NO' ‘이공계 인재 성장주택’도 조성해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공계 자긍심 YES' 마지막으로, ‘서울 과학인의 상’을 신설해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을 시상하고, 국제학술대회·CES 등 세계 무대 진출을 적극 지원해 사회적 인정과 자부심을 높인다.
'포럼과 함께 연구계·산업·스타트업·학생이 머리 맞댄 ‘이공계 위기 해법’…시 정책 설계·집행에 적극 반영'
비전 발표에 이어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이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인재의 시대적 요구’를 주제로 발제하며,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임을 강조하고 서울시와 대학의 공동 역할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론 ‘이공계 위기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한 해법’에서는 원용걸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이 좌장을 맡아 ▴국가 차원의 이공계 인재 정책 우선순위와 지자체의 역할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과 대학 교육의 협력 방향 ▴창업 과정에서 이공계 배경이 주는 강점과 현장의 정책 수요 ▴중국 등 이공계 인재 육성 사례와 미디어의 역할 ▴이공계 학생들이 체감하는 연구·취업·창업 환경의 한계와 개선 방안 등을 연구계・산업현장・스타트업・언론・이공계 재학생들과 함께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는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장, 백정욱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 인사실장,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 정용재 KBS '다큐 인사이트-인재전쟁' 공동연출 PD, 김형은 서강대 대학원생(이공계 재학생)이 참여했다.
시는 이번 토론에서 제시된 현장의 의견을 정책 설계와 실행에 적극 반영해 서울형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의 실행력과 현장 적합성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가 AI와 첨단기술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이제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부와 권력은 기술력과 기술을 창조하는 이공계 인재로부터 나온다”며 “1950년대 시작된 대한민국 원자력 인재 양성이 20년 뒤, 고리 1호기로 발현됐듯 과학기술 발전은 수십 년에 걸친 국가 차원의 투자와 집념이 필요한 만큼 서울시가 앞장서 ‘이공계 전성시대’를 열어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