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아름다운 동행.

▲ (손기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 前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 공동대표

 

(뉴스인020 = 김성길 기자) ‘스승의 날’은 스승과 제자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정감을 나누는 시간이라는 기억을 가진 필자로서는, 어느 순간부터 스승의 날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많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에 휴교를 하거나 관련 행사를 취소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한다.

 

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다소 서글픈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스승의 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다양하게 변화한다고 하여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학문적·정서적 공감의 힘은, 미래교육을 담보하는 가장 탄탄한 기반이라는 믿음을 더욱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0년간 스승과 소통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하여 왔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필자는 1982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40년 사제의 정을 나누어 오는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과의 소중한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대학 2학년 겨울방학 즈음이었다. 당시 나의 고향집으로 예상하지 못하였던 교수님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였다. 교수님의 편지를 읽어 보던 순간은 지금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손 군! 나는 자네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학업을 향한 열정은 분명하게 가지며 생활하는 줄 알았네. 그러다 자네의 성적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무거웠네. (중략) 자네가 바라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 무엇보다 자네 자신의 역량으로 뒷받침하며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추구하는 이상을 위해, 사회를 향한 치열한 고뇌와 학업을 향한 ‘냉정한 열정’을 함께 키워나갔으면 하네.”

 

개학 이후, 교수님을 향한 미안함과 부담감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습관을 지니기 시작했다. 한동안 소홀하였던 학업을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동기의 의리로 마음을 나누는 노성빈과 이완호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편지와 동기들의 지원 덕분에 졸업 후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임용되었다. 당시에는 학교발령 소식을 ‘종이 전보’를 통하여 알려 주었다. 그 종이 전보를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교직에 들어서던 초심을 잊지 않고 돌아보는 매개로 삼고 있다.

 

교직에 입문한 후에는 교수님을 인생의 멘토로 모시고,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교육자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모습에 관한 생각을 나누며, 사제의 정을 더욱 두텁게 이어나갔다. 지난 2018년,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을 창립할 당시에는, 공동대표로 취임하는 필자를 응원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셔서 1호 회원으로 등록을 하여 주셨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대학 강단에서 특강을 하며 학문적 소양을 설파하고 계시는 스승 유승곤 교수님은

“사회는 변하는 것이고, 우리가 익히 알던 가치나 방향성도 변한다네. 나 같은 세대의 모습은 퇴장하고, 새로운 세대의 담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하지만, 교육의 기반·인간의 근본은 불변하는 힘이 있다네. 지난 40년 동안 나에게 인사와 조언을 구하던 자네의 모습. 그 40년 동안 자네에게 관심과 격려를 이어나가던 나의 모습. 지적 향연과 정서적 유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우리 교육을 이루는 것이고. 그 교육이 우리 삶을 풍요롭고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것 아니겠나? 자네 역시, 자네의 제자들과 또한 그런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 것을 안다네.”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스승님과 40년의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오늘도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손기서) 서울특별시교육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前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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